안녕하세요.
한 주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저는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서 엄마와 엄마 다음으로 엄마 같은 이모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이전의 한국 방문 때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느라 거의 집에 있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몸 상태도 그렇고 아이의 상태도 고려해서 약속을 따로 잡지 않고 집에 머물렀어요.
이번 여행은 저에게 참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줬어요.
제가 소셜 미디어 스레드에 틈틈이 한국 생활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이 얘기들이 주로 어려웠던 점들이어서 그런지, 어떤 분이 한국에 대해 너무 단점만 보는 것 같다는 댓글을 달아주셔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어요. 저는 한국의 장점들은 원래부터 기대하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 특별히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거 같아요.
반면, 단점은 이번 여행을 오면서 특히 더 느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더 확 와닿았고 기록하게 된 게 아닌가 싶지만, 어쨌든, 너무 단점만 부각시킨다면 제 시선이 너무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어요.
머문 곳
이번 한국 방문에서는 어릴 때부터 항상 가까이 지냈던 이모님 댁에서 머물렀어요. 어렸을 때 엄마께서 건강이 좋지 않으셨을 때, 결혼하기 전까지 이모님께서 저와 동생을 돌봐주셔서, 저에게는 이모님이 두 번째 엄마 같은 존재셨죠.
결혼하신 후에도 이모네 가족과는 계속 가깝게 지내왔고, 여섯 살 어린 사촌 동생과는 친동생처럼 같이 자랐어요. 이번 방문에서는 이모부 생신, 외가 제사 등 캐나다에서 참여하지 못했던 가족 행사들이 있어서 더 의미가 깊었어요.
한국에서도 친척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영국이나 캐나다에서 살 때보다는 확실히 친척들과의 만남이 많았어요. 제게는 extended family의 의미를 꼬맹이에게 경험시켜 주고 싶었어요.
꼬맹이에 대해
꼬맹이 성향
이번 여행을 통해 꼬맹이에 대해 참 많이 배웠어요.
꼬맹이는 이제 막 만 8세가 됐어요.
굉장히 세심하고 섬세한 성격을 지녔는데, 대담하지는 않지만, 겁이 많지 않아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고, 남에게 폐를 끼칠까 봐 조심스럽게 행동해요. 심지어 저도 쉽게 설득시키기 어려워요.
쉽게 상처받지만, 그만큼 빨리 기분이 풀리기도 해요.
이런 성향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거예요.
이번 여행 동안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서 스크린 타임을 많이 허용했어요. 이 부분에서는 조금 안타깝고 죄책감이 들지만, 그런 생각에 너무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판단 미스
사실 좀 안일하게 생각하고 온 게 아닌가 하거든요. 꼬맹이는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좋아하고, 책과는 그리 친하지 않아요. 이 부분이 아주 안타깝게 느껴지지만, 저 자신이 움직이는 활동을 좋아하지 않았던 만큼, 모든 좋은 성향을 가질 수 없다는 걸 이해하려고 해요.
한국에 오기 전에,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있다면 꼬맹이를 엄마나 이모에게 맡길 수 있겠다 싶었지만, 실제로는 꼬맹이를 데리고 다닐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약속 장소가 어디든 최소 30-45분 이상 걸리는 거리이고, 대중교통에 익숙하지 않은 꼬맹이에게는 쉽지 않았어요. 택시 앱이 없어 택시 타기도 어렵고, 우버를 이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직접 테스트해 보진 않았어요. 어차피 택시든 지하철이든 걸리는 시간은 비슷했어요.
그리고 꼬맹이는 제자리에 잘 앉아 있지 못해요. 당연한 일이죠. 별로 그런 연습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우리는 외식도 잘 안 하고, 제 일이나 남편의 일로 누군가를 만날 때도 꼬맹이를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요. 옆에서 얌전히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해본 적이 없는 아이거든요.
사실을 돌아보면, 너무 꼬맹이 중심으로 육아를 해온 게 아닌지 반성하게 됐어요. 이 부분은 저와 남편의 책임이 크다고 느껴져요. 우리 부부는 사실 외식이나 외출을 그다지 즐기지 않아요. 저는 약속이 있을 때 주로 혼자서 나가고, 남편은 거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죠.
꼬맹이가 본인의 일정이 아니라면 참을성이 거의 없는 것을 보게 됐어요. 과거에는 어른들과 함께 외출했을 때, 아이들이 얌전히 옆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는 모습이 일반적이었죠. 하지만 우리 꼬맹이는 지루해하고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이해는 가지만, 이러한 태도는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인내심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사회적 상황에서도 인내심을 발휘하고 어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설상가상으로 제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약속을 잡는 것조차 두려웠어요. 대화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을 것 같고, 만나는 분들께 예의를 다하는 것도 걱정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꼬맹이는 엄마 바짝 붙어 다니는 껌딱지가 됐어요. 동네 마트나 놀이터도 엄마와 단둘이 가는 걸 훨씬 더 좋아했어요. 아마도 엄마의 관심이 꼬맹이에게만 집중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인 것 같아요.
편식쟁이 꼬맹이
꼬맹이는 이번 여행에서 제법 잘 먹었어요.
햇반과 재래식탁김을 매 먹으면서, 한 끼에 햇반 한 개와 재래식탁김 5g짜리 세 개를 먹었죠. 또, 바나나 한두 개와 사과 한 개를 추가해요. 간식으로는 왓따 껌과 모닝빵을 즐겨 먹었고, 가끔은 꽈배기 도너츠도 먹었네요.
떡볶이 한 번, 칼국수 한 번 먹는 거 외에는 그렇게 다양하게 먹지는 않았네요.
고기는 이모가 한우 부챗살을 사 오셨는데 - 한우 가격이 미쳤더라고요.
178g에 3만 3천 원? 미친 거 아냐? 소리가 나왔어요.
다행히 BC, 현대, 롯데 카드로 계산하면 50% 세일한다네요. 하지만 저는 그런 카드가 없죠.
한 번에 한 팩 다 해치운 꼬맹이 고기 사러 갔다가 세일 가격으로 안 사면 억울해서 호주 부살 (400g에 2만 2천 원)을 샀는데 알더라고요. ㅂㄷㅂㄷ.
엄마, it tastes different. 저번 게 더 맛있어.
어쨌든, 이번 여행에서 꼬맹이가 한국 음식을 먹은 것을 보고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음식을 시도해 봐야겠다 생각했어요.
집으로
그렇게 한국에서 짧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어요. 꼬맹이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오랜만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기회였어요.
하지만 여행은 항상 끝이 있기 마련이고, 우리에게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네요.
사실 너무 집에 가고 싶어요.
한국에 처음 와본 아이와의 첫 한국 여행은 생각했던 여행과, 그리고 엄마가 되기 전에 해왔던 여행과는 너무 다른 여행이었지만, 좋은 경험이었어요.
하지만 너무 집에 가고 싶네요. ㅎㅎ 역시 집이 좋아요.
이번 여행을 통해 배운 것들, 경험한 것들은 앞으로의 생활에 큰 영감과 교훈을 줄 거 같아요. 한동안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겠죠.
덧붙여, 꼬맹이와 제가 함께한 이 소중한 시간들을 잊지 않고, 일상에서도 이러한 순간들을 더 많이 만들어 가려고 해요. 제가 너무 일상에서는 꼬맹이와 단둘이 뭔가 하는 경우가 많이 없었던 거 같아요.
다음 소식지는 밴쿠버에서 찾아뵙겠습니다.
참 이번주,
🌟Weekly Recommendation은
국립민속박물관입니다!!!!!
저도 사실 처음 가봤어요.
근데, 꼬맹이도 너무 좋아했어요.
여기는 한국의 다채로운 전통과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곳이에요. 이곳에는 여러 시대를 거치며 한국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주는 다양한 전시물이 마련되어 있어요. 전통 가옥부터 옷, 생활 도구까지, 옛날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죠.
아이들이 전통 놀이를 직접 해보거나 민속 공예품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서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좋을 거 같더라고요.
한국의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에요.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한국의 과거를 배우고, 그것이 현재의 문화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이해할 수 있어요.
교육적 가치가 높으면서도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활동이 가득한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국을 방문했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죠.
시간과 체력이 따라줘서 좀 더 자세히 찬찬히 볼 수 있었으면 했어요. 박물관스토어도 못 봤는데. ㅠㅜ
아참,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무료에요!!!! 강추입니다!
전 사실 목이 너무 칼칼하고 부은 거 같아요. 제가 이렇게 저질 체력에 저질 건강녀였다니요.
밴쿠버에 가서 체력도 회복하고 건강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다짐을 또 하게 되네요.
여러분도 이번 주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