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왔네요.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 여러분도 느끼고 계신가요? 어쩐지 저는 살만 찌…고 있….
선선한 바람과 함께 낙엽이 떨어지는 이 시기는 책 읽기에 참 좋은 시간인 것 같아요. 밴쿠버는 벌써 해가 짧아지는 게 느껴져서 너무 아쉽긴 해요.

오늘은 그런 가을에 어울리는 독서 이야기를 여러 가지 나누어 보려고 해요. 그럼, 시작해 볼까요? 🍁📚
책을 소비하는 방법
요즘 책이 정말 많죠. 서점에 가면 새로운 책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읽고 싶은 책도 점점 늘어나지만, 가끔은 너무 많아서 무엇을 읽어야 할지 고민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책을 소비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저는 오디오북을 정말 좋아해요. 제 오디오북 사랑은 이미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실 텐데요, 이동 중이거나 집안일을 하면서 귀로 책을 들을 수 있어서 시간 활용 면에서 아주 유용해요. 특히 소설, 에세이, 사회학 책들을 들을 때 오디오북이 참 좋은데, 이야기에 몰입하면서 동시에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일석이조죠.
하지만 오디오북이 모든 책에 다 좋은 포맷은 아니더라고요. 특히 건강이나 자기 계발 관련 책들에서는 아쉬움을 느끼곤 해요. 이 분야의 책들은 종종 그림이나 테이블 같은 시각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오디오로만 듣기에는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이해하기 어렵거든요. 또, 자기 계발서의 경우 전체를 완독하기보다는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읽는 경우가 많은데, 오디오북은 그런 점에서 조금 불편해요. 빠르게 훑어보거나 중요한 부분만 골라 읽는 게 어렵기 때문이죠.
이럴 때는 전자책이나 종이책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어요. 전자책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필요한 부분을 빠르게 찾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또한, 하이라이트나 메모 기능을 이용해서 중요한 부분을 쉽게 정리할 수 있죠. 종이책은 여전히 책을 손에 들고 넘기면서 읽는 즐거움이 있고, 눈으로 직접 보면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어요. 또, 책장에 꽂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죠.
또 다른 소비 카테고리로는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을 구독하느냐, 대출하느냐, 아니면 구입하느냐가 있어요. 요즘은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구독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어서 매달 일정 금액만 내면 다양한 책을 제한 없이 즐길 수 있죠. 밀리의 서재 같은 서비스들 말이에요. 구독의 장점은 새로운 책들을 부담 없이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나 특정 책을 오래 두고 읽고 싶거나, 자주 참고하고 싶은 경우에는 구독보다 구입이 더 나을 수 있어요.
대출은 도서관에서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을 빌릴 수 있는 서비스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유용해요. 대출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다양한 책들을 접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인기 있는 책은 대기 시간이 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직접 구입하는 방법이 있어요. 책을 구입하면 나만의 서재에 책을 채워나가는 즐거움이 있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어요. 다만, 공간을 차지하거나 비용이 부담될 수 있으니, 필요와 상황에 맞춰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요.
결론적으로, 책을 소비하는 방법은 각자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오디오북, 전자책, 종이책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이 있으니, 읽고 싶은 책의 성격과 나의 독서 습관에 맞게 선택하면 좋겠죠.
시기에 맞는 책들
많은 경험들이 그렇듯, 책을 읽는 데에도 적절한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기에 필독 도서로 추천된 문학작품들이 당시엔 너무 어려워서 공감을 못 했고, 그때의 나와는 맞지 않는 책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문학을 멀리했던 게 아닐까, 스스로 변명해 보게 되네요. 그 시절엔 정말 나에게 맞지 않는 시기에 그런 책들이 추천되었다고 느꼈으니까요.
하지만, 고등학교 때 이민 와서 읽었던 필독서 <호밀밭의 파수꾼>은 제게 인생 책으로 다가왔어요. 홀든의 방황과 외로움이 마치 그 시절의 나와 닮아 있었고, 그래서 더욱 강하게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서른쯤에 읽은 <서른 살이 심리학에 묻다>에서도 그 시기에 딱 맞는 통찰을 얻었어요. 마침내 서른 살이 되어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할 때, 이 책이 큰 지침이 되어 주었죠. 그리고 그때쯤에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던 <연금술사>는 너무나도 큰 감동을 주었어요. 그 감동에 사로잡혀 비행기 안에서 바로 두 번을 연달아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런데 얼마 전, 40대 후반에 다시 <연금술사>를 읽었을 때는 그때만큼의 감동을 느끼지 못했어요. 책의 ⅓ 정도를 읽고 나서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더라고요. 같은 책이지만, 그때와 지금의 나에게는 너무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얼마 전에 읽었던 <마흔 살에 읽는 쇼펜하우어>도 비슷했어요. 더 어렸을 때 읽었으면 와닿았을 수도 있는 내용이었는데, 지금의 나에게는 그다지 크게 와 닿지 않더라고요. 요즘 읽는 많은 자기 계발서들도 크게 공감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책을 읽는 이유는, 어쩌면 내가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사람들은 어떤 글을 읽는지, 그런 걸 배우려는 마음에서, 또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의지 때문일지도 몰라요. 책도 사람처럼 만남의 때가 있고, 그 시기가 맞아떨어질 때 더 큰 울림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 내가 읽는 책들이 크게 다가오지 않는 건, 어쩌면 그 책들과 나의 시간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책을 읽는 경험도 그 시절의 나와 함께한 이야기로 남아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생의 모든 순간이 그렇듯, 책과의 만남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나의 일부가 되는 것이니까요. 지금 다시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그 시절의 감동이 그대로 남아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올지 궁금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소중했던 기억을 간직한 채로 남겨두고 싶기도 해요. 책도, 사람도, 인연도 그때의 느낌으로 남아 있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책 추천!
며칠 전, 꼬맹이랑 같은 반인 딸아이가 있는 한 엄마에게 책 추천 부탁을 받았어요. 그 엄마랑 제가 나이 차이는 좀 나지만 그게 뭐 별건가요. 집도 가깝고 같이 도그맘이라 친하게 지내요. ㅎㅎ 어쨌든, 요즘 제가 책을 열심히 읽고 듣고 있어서 여러 권의 책을 추천해 줬는데 이 리스트를 뉴스레터에 공유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설
최근에 드디어 소설을 좀 읽어봤어요. 바쁜 일상속에서 소설 읽을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예요. 이 소설은 마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처럼 잔잔하고 위로가 되는 이야기로, 삶에 지친 분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아요. 주인공이 운영하는 서점에서 벌어지는 작은 일상과 손님들의 사연들이 펼쳐지는데,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고요. 바쁘고 복잡한 하루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느끼고 싶을 때 추천드려요. 이 책을 읽고 주인공과 같은 삶을 살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냥 잔잔하고 따뜻함을 느끼시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또 다른 소설로는 <탕비실>이 있어요. 완전 베스트셀러였던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지은 이미예 작가님의 신간이에요. 이 책은 회사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회사 내 다양한 캐릭터들이 겪는 갈등과 고민이 현실적으로 그려져서 마치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옆자리 동료의 이야기 같기도 해요. 직장 생활의 애환을 겪는 분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재미있어요. 거기서도 주인공이 저랑 닮은 부분이 좀 있다는 생각이었는데요, 궁금하신 분은 별로 길지 않은 책이니 읽어보시길 권해요.
자기 계발서
자기 계발서 중에서 요즘 특히 인상 깊게 읽은 책들을 소개할게요. 먼저 <신경 끄기의 기술>은 정말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에요. 마크 맨슨의 직설적이고 유머러스한 문체 덕분에 읽는 내내 부담 없이 공감하며 즐길 수 있었어요.
또한, 예전에 소개했던 <다이 위드 제로>는 돈을 모으는 데만 집중하기보다는 인생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경험을 놓치지 않도록 현재를 사는 법을 강조하는 책이에요. 돈과 시간, 그리고 우리의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진지하게 생각해 볼 많은 점들을 남겨주더라고요.
그리고 <아토믹 해빗 - 아주 작은 습관의 힘>도 빼놓을 수 없어요. 작은 습관의 힘을 강조하는 이 책은 일상에서 어떻게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 작지만 강력한 변화를 일으키는 방법을 알려줘요. 제임스 클리어의 명쾌한 설명과 실천 가능한 팁들이 가득해서, 자기 계발에 관심 있는 누구에게나 추천해요! 전 사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는데 너무 좋았던 책이에요.
에세이
에세이를 좋아하신다면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추천드려요. 저는 이 두 책을 연달아 두 번씩이나 들었을 정도로 좋았어요. 사실 저는 하루키의 소설은 잘 맞지 않아서 열 페이지를 넘기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그의 에세이는 정말 매력적이에요. 작가로서의 삶과 달리기에 대한 그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일상 속에서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어요.
또 다른 추천 에세이는 <Goodbye, Again> (존니 선)이에요. 근데 한국에 번역본은 아직 없는 거 같더라고요. 삶의 작은 순간들에 대한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이 담긴 책으로, 공감과 위로를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The Gentle Art of Swedish Death Cleaning>은 삶의 정리와 단순함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는 책으로, 간결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1
<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 - 인류세 리뷰> (존 그린)도 정말 좋았어요. 현대 사회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저자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사회적 이슈를 엮어 흥미롭게 풀어내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어요. 존 그린은 정말 뛰어난 스토리 텔러거든요. 에세이를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보세요.
사회과학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예전에도 소개했던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책은 내가 이루어낸 것들이 얼마나 많은 혜택과 특권에 의해 가능했는지를 생각하게 해줬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삶과 사회적 구조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그리고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도 추천드려요. 이 책은 정의와 공정성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논쟁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면서 우리 사회에서 정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게 해줍니다. 개인의 도덕적 판단과 사회적 규범의 충돌 속에서 정의란 무엇인지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줘서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에요.
기타 추천 도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도 인상 깊게 읽었어요. 철학자들의 지혜를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한 이 책은 일상에서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줘요. 그리고 돈에 대한 심리적 접근을 다룬 <돈의 심리학>도 강력히 추천해요. 돈에 대한 우리의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책이에요.
마케팅 분야에서 세스 고딘의 책들은 항상 좋고, 그의 통찰력 있는 글쓰기 스타일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그의 책들은 모두 실용적이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해 줘서, 반복해서 읽어도 새롭게 다가오죠. 왜 세스 고딘이 세스 고딘인지 알게 해주는 책들이라 생각해요. 세스 고딘 책들은 다 원서로 읽었는데 쉽게 쓰여져있으니 원서에 도전해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려요.
끝으로!
지난주에 하려다가 만 얘기가 있죠.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책은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에요. 이 책은 일본의 저명한 기업가이자 경영 철학가인 이나모리 가즈오가 일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에요. 교세라와 KDDI를 창립하고 일본 항공을 회생시키는 등 성공적인 기업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에 대한 철학적이고 실천적인 지혜를 나누고 있어요.
<왜 일하는가>는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일을 넘어, 일하는 것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봐요.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을 통해 얻는 보람과 성취감이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말하며,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해요. 또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도덕과 윤리가 리더십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죠.
그러나 이 책이 저에게는 몇 가지 이유로 잘 맞지는 않았어요. 이나모리 가즈오의 철학과 접근 방식이 제 개인적인 성향이나 현재의 직장 문화와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일에 대해 지나치게 이상적인 접근은 오히려 부담스럽게 다가왔고, 모든 상황에서 도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일본의 강한 조직 중심주의와 헌신적인 직장 문화도 사실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일하는가>는 일의 본질을 되돌아보고, 우리가 일에서 얻을 수 있는 진정한 가치를 고민하게 해주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이 책이 저와 완벽하게 맞지는 않았지만, 이나모리 가즈오의 철학과 접근은 저에게 새로운 시각과 깨달음을 주었고, 이를 통해 일의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 책도 삶의 다른 단계에서 만났으면 다른 더 큰 울림을 줬을까 싶어요. 지금 내가 읽는 어떤 책들이 크게 다가오지 않는 건 어쩌면 그 책들과 나의 시간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통해 얻는 작은 교훈들과 깨달음들은 우리의 삶을 조금씩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여러분도 이번 가을, 책과의 만남이 여러분의 삶에 작은 변화를 가져다주기를 바래요. 오늘도 좋은 책 한 권과 함께 즐거운 독서 시간을 만들어 보시길요!
그럼 다음 주에는 또 다른 얘기로 찾아뵐게요.
그때까지,
안뇽!
근데 이 두 책은 번역본이 없는 거 같네요. ㅠㅠ
아우 오늘 책 서평 글들 너무 좋은데요?!!!!
어휴. 안 읽어본 책들 투성이네요!!!
놀랑대던 여름도 끝났고 정신 좀 차린 뒤에 다시 열심히 또 읽어야겠어요!!!
멋진 리스트 고마워요!!!